수단이 지난해 3월 19일 세상을 떠나기 전 자카리아 무타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자카리아 무타이가 돌보던 '수단'이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났다. (사진=영국 바크로프트TV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세상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생명을 구하려는 많은 사람이 있다. 아프리카 출신의 자카리아 무타이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가디언은 ‘수단’이라는 이름의 북부흰코뿔소를 가족처럼 여기며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옆을 지켰던 무타이의 이야기를 최근 보도했다.

북부흰코뿔소는 현재 전 세계 두 마리뿐이다. 무타이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수단은 제 인생에서 가장 최우선이었다”며 “다른 코뿔소와 매우 다르게 성격이 부드러워 가족 일원으로 여겼다”고 회상했다.

수단은 1973년 아프리카 북부 수단의 야생에서 태어났다. 수단은 두 살이 되던 해에 현재 체코 동물원인 드부르 크랄로베 나트 라벰에 포획돼 길러졌다. 이곳은 당시 흰코뿔소를 정성껏 사육할 유일한 동물원이었다. 

수단은 또 다른 흰코뿔소인 수니와 함께 2000년 ‘나진’이라는 암컷을 낳았고 이후 나진도 암컷을 낳아 ‘파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코뿔소 가족은 2009년 아프리카로 돌아갔다. 무타이는 이때부터 케냐에 있는 캐나다 비영리단체인 올페제타관리단에서 이들을 보살펴오고 있다.

무타이가 코뿔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무타이가 코뿔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사진=영국 바크로프트TV 캡처)

그는 “코뿔소 가족이 처음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매우 신나하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이들은  24시간 감독 하에 울타리와 펜스로 막힌 700에이커가량의 공간을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이 가족이 머물던 공간은 남부흰코뿔소의 사육장 바로 옆이었는데 2014년 수니가 죽자 수단은 늙은 나이임에도 남부흰코끼리 암컷과의 번식에 많은 흥미를 보였다. 코뿔소들은 암컷과 교미 전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이 싸움에서 수컷이 이겨야 번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단은 빈번히 패배했고 안전을 위해 수단을 암컷과 격리해야 했다.

사육 코뿔소의 기대수명은 60년이지만 야생 코뿔소는 약 40년쯤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단은 45살에 뒷다리가 감염됐다. 수단은 치료를 받았음에도 걷지 못하고 끝내 안락사됐다. 

무타이는 “모든 (코뿔소) 보호원들이 울었고 장례식을 치렀다”며 “수단은 흰코뿔소는 물론이고 모든 코뿔소를 대표하는, 말 그대로 ‘코뿔소 대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현재 남아있는 북부흰코뿔소 두 마리가 좋은 컨디션에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도록 일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코뿔소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다”며 “불법 밀렵만 없다면 아직 몇 마리의 북부흰코뿔소가 야생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코뿔소의 뿔이 어떠한 의학적 효과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수단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그의 정액과 다른 수컷 코뿔소의 것을 이들이 죽기 전에 미리 채취해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수단의 정액을 남아 있는 두 암컷 코뿔소의 난자와 결합해 남부흰코뿔소의 생식기에 대신 착상할 예정이다. 무타이는 “운이 따르길 바란다”며 “이 멋진 생명체를 구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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