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사생활’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저자 와타나베 유키·윤재 역·니케북스·344쪽·2017년 4월 5일 출간·1만5000원·생명과학
저자 와타나베 유키·윤재 역·니케북스·344쪽·2017년 4월 5일 출간·1만5000원·생명과학

 

이 책의 한 단락 : 초등학교 4학년쯤 되는 아이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펭귄은 왜 잠수하나요?” 이거야 쉽지.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와 크릴새우를 잡아먹기 위해서랍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끝. 하지만 강연회가 끝난 뒤에 나는 정말 그렇게 쉽게 대답해도 됐던 것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어쩌면 아이가 질문했던 의도는 다른 것인지도 몰랐다. 펭귄은 새다. 그럼 다른 새들이 그렇듯 하늘을 날면 될 것을 왜 팽귄은 잠수하는 삶을 선택했는가? 어쩌면 그런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대체 동물들은 어디로, 뭘 하러 갈까?'

야생 동물 연구는 늘 대상 동물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관찰만으로는 어떻게 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쌍안경 너머로 관찰하던 사슴이 관찰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수풀 사이로 후다닥 달려가 사라져 버리면 속수무책이다.

이런 관찰의 한계를 보충하려고 개발한 것이 바로 ‘바이오로깅(bio-logging)이다. 바이오로깅은 동물의 몸에 센서나 비디오카메라 같은 다양한 기기를 부착해 동물의 행동을 조사하는 조사 방법이다.

일본 도쿄 출신의 저자는 국립극지연구소 생물분야 연구팀 조교다. 야생동물에 소형 기록계를 붙이는 ‘바이오로깅’을 이용해 어류, 바닷새, 바다 포유류의 생태를 연구 중이다.

저자는 바이오로깅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부터 찬찬히 짚는다. 2010년 남극 관측 원정대(JARE)에서 자신이 바이오로깅이라는 도구를 통해 야생동물의 사생활을 어떻게 관찰했는지, 그 이야기를 생생히 들려준다.

◇동물의 ‘진짜’ 사생활 담은 관찰 에세이

‘펭귄의 사생활’은 동물의 여행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동물들이 어디로 무엇을 하러 어떻게 이동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저자는 잠수하는 동물, 헤엄치는 동물, 날아가는 동물 각각의 특징과 여정을 기록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알바트로스 새가 46일간 지구 일주를 할 수 있었던 비상의 진실은 무엇인지, 날개가 있는데도 펭귄은 왜 잠수를 택했을지, 참다랑어는 태평양을 어떻게 횡단할 수 있는지 등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질문에 답을 던진다. 

동물의 잠수 능력을 결정하는 세 가지 포인트도 제시한다. 지상 위 느림보 거북이가 어떻게 잠수의 신기록 보유자일 수 있는지, 그렇다면 바닷속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는 무엇인지 등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동물들의 잠수 기법에 대해 말해준다.

저자는 단순히 동물의 일상을 조사하는 관찰자 입장을 넘어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관한 메커니즘과 진화의 의의를 밝혀내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전한다.

"새는 왜 계절에 따라 이동할까? 알바트로스는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바이칼바다표범들은 얼마나 깊이 잠수할까? 다랑어는 정말 태평양을 횡단할까?"와 같은 질문은 모두 ‘동물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느냐’라는 생물학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다. 

그는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파고들다 보면 야생동물의 믿을 수 없는 운동 능력의 배경은 중력이나 에너지 보존 법칙과 같은 간단한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이 놀라운 이유는 생태학엔 법칙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물은 개체마다 특성을 갖는다. '생물다양성'이라는 말이 있듯 생물학에선 다양성을 우선으로 둔다. 그러나 저자는 바이오로깅이라는 도구를 통해 보편적인 일반 법칙을 도출해내는 물리학과 생태학을 솜씨좋게 엮어낸다.

생물 근원의 질문에 답하는 책이지만 이 책은 어려운 수식이나 복잡한 이론을 다루지 않는다. 얼음 위에서 뒤뚱뒤뚱 걷는 사랑스러운 아델리펭귄부터 무섭게 생긴 그린란드상어, 몸 길이보다 몸 둘레가 더 큰 바이칼바다표범까지 저자가 직접 연구하고, 체험한 결과를 마주하면 한 편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든다.

◇ 마법의 ’쌍안경‘ 바이오로깅

바이오로깅은 미래에서 온 쌍안경 같은 것이다. 연구의 본질적인 방식을 바꾸지 않고도 관찰, 기술, 고찰이라는 착실한 과정을 거쳐 자연계의 진실에 도달하게 만들어 주는 '발명품'이자, 인간의 눈이 지닌 잠재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관찰을 가능케 하는 '마법의 쌍안경’이다.

저자는 이 새로운 안경을 통해 본 놀라운 사실을 독자에게 생생히 들려준다. 그는 “바이오로깅 기법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전에 몰랐던 야생 동물의 놀라운 습성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이 책의 목표는 바이오로깅으로 알아낸 야생 동물들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소개하고, 그 배경에 있는 메커니즘과 진화의 의의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지에는 웨델 바다표범이 물속에서 한 시간 이상 호흡을 멈추고 유영할 수 있다는 것, 군함새는 한 번의 착지도 없이 사흘간 날 수 있다는 것 등 바이오로깅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신비한 발견으로 가득 차 있다.

바이오로깅 기법이 없던 반세기 전에는 사람이 동물에 직접 줄을 묶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호흡을 하러 동물이 올라오면 그 시간을 재는 방식으로 관찰을 이어나갔다.

이렇듯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이었던 아날로그 방식이 보다 간편하고 명확한 디지털 관찰법으로 바뀌면서 우리는 이제 동물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게 됐다. “그 동물, 한 번 더 잡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재포획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으로 변했다.

물론 늘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고래에 바이오로깅을 부착하기까지 겪었던 세 번의 실패 경험담도 책에 담았다. 그는 "고래는 바다표범이나 펭귄과는 달리 바다 위로 올라올 일이 없어 땅 위에서 포획하는 일이 불가능하고,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다랑어처럼 낚아 올리는 일 역시 어렵다"며 "이 때문에 바이오로깅을 이용해 고래를 조사하는데는 무진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바이오로깅의 핵심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펭귄의 사생활‘은 바이오로깅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과학 초보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베일에 감춰져있던 동물의 생태를 알아가는 과정은 신비 그 이상이며, 동물을 따라 대륙과 대양을 누비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저자 와타나베 유키·윤재 역·니케북스·344쪽·2017년 4월 5일 출간·1만5000원·생명과학)

◆신간소개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개인에 초점을 둔 심리학적 접근법이 아닌 개인 간의 관계,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학교라는 조직의 규범과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학적 접근법을 취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것은 어떤 현상인가?’, ‘아이들이 왜 수업 시간에 자고, 교사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 가는 책이다.(지은이 성열관·학이시습·2만2800원)

 

 

SNS 검열 국내 보수 정권의 집권과 SNS 같은 개인 미디어 출현이 맞물리며 사상 통제로서 검열 논의가 떠올랐다. 국가 권력과 개인의 표현은 전례 없이 부딪히고 갈등했으며 외신이나 인권 단체에서 한국의 몇몇 사례를 ‘검열’로 지칭하기도 했다. 개인을 처벌해 온라인상 표현 활동을 위축시키고, 새로운 미디어를 기존 미디어 규제 제도에 편입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법 제도를 활용해 표현을 통제했다. 이 책은 이를 규제가 아니라 ‘검열’로 표현해 규제 제도는 물론 검열의 사법적 정의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목표다.(홍남희·커뮤니케이션북스·9800원)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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