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암 원인' 의심 비료공장에 담배폐기물 수천톤 반입
'집단암 원인' 의심 비료공장에 담배폐기물 수천톤 반입
  • 주현웅 기자
  • 승인 2019.01.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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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전주 장점마을 금강농산에 7년간 위탁처리
비료 생산 중 가열 과정에서 발암물질 생성 의혹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따라 책임 논란 불거질 듯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주민 80여명 중 약 30명이 암에 걸려 16명이 사망한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집단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근 비료공장에서 수년간 KT&G의 폐기물을 반입해온 것으로 확인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KT&G가 이 비료공장에 공급한 폐기물은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다. 연초박은 열을 가하면 담배를 태우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

금강농산 전경(장점마을환경비상대책민고나협의회 제공)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장점마을 집단 암발병 원인지로 지목되는 비료공장 '금강농산' 전경(장점마을환경비상대책민관협의회 제공)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금강농산 전 직원 "비료 원료 절반가량이 연초박" 

16일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입수한 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익산함라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KT&G는 7년간 잠정마을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에 연초박 약 2400톤을 공급했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현재 환경부 의뢰로 장점마을 암 발병 사태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KT&G 광주공장이 177톤, 2009~2015년 KT&G 신탄진공장이 2242톤을 금강농산에 넘겼다. 총 2419톤이다. 신탄진공장의 연도별 공급량은 △943톤(2009년) △651톤(2010년) △200톤(2012년) △223톤(2013년) △171톤(2014년) △54톤(2015년)으로 조사됐다.

금강농산에서 13년간 근무했던 이모씨는 "이곳에서 처리했던 비료 원료 중 50%가량이 연초박이었다"고 증언했다. 금강농산은 2001~2017년 전국에서 모인 폐기물로 혼합유기질비료 등을 생산했다.

연초박은 가열 등 화학적 공정이 더해지면 일반 담배와 같이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관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연초박은 식물성잔재물이기에 그 자체만 갖고 유해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열이 가해지면 담배를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므로 여러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연초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마시면 어지럼증을 유발하거나 구토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오래 노출되면 되레 내성이 생기는데, 정밀검사가 이뤄지지 않고는 문제 여부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점마을환경비상대책민관협의회(대책위)’는 연초박이 마을의 집단암 사태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료를 만들 때 건조 과정에서 연초박에 열을 가했고, 이때 발생한 연기가 굴뚝으로 배출돼 주민들은 비흡연자도 담배를 펴온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KT&G는 비료 제조 공정에서 연초박에 열을 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T&G 관계자는 “비료제조는 물품 적재 및 운반, 해포, 교반기 투입 및 혼합, 1차 발효, 2차 발효, 포장, 출하 순으로 이뤄진다”며 “연초박은 친환경 퇴비 사용 목적으로 제공된 것으로 애초 연소 공정은 없으며, 연초박은 관련법상 부산물비료로만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위의 설명은 다르다. 임형택 익산시의원은 “익산시 조사결과 금강농산은 분쇄와 배합, 성형과 조립, 건조와 냉각 및 선별의 과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했다”며 “건조 중 연초박에 고열이 가해진다. 이때 불완전연소가 발생해 대기로 배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익산함라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중간조사 결과 마을 일대와 공장 굴뚝에서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검출됐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TSNa는 담배에만 존재한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KT&G는 또 열을 가하는 연초박 건조가 아닌 발효 공정으로 비료가 생산된다고 밝혔지만, 대책위 측은 금강농산에는 발효시설이 없었고 시설을 설치할 공간도 없을 만큼 비좁았다고 반박했다.  

금강농산 마당에는 여전히 KT&G가 연초박을 넘겼을 당시 사용한 물품들이 가득 쌓여있다.(주현웅 기자)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금강농산 앞 마당에는 여전히 KT&G가 연초박을 반입할 당시 사용한 물품들이 가득 쌓여있다.(주현웅 기자)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현행법상 문제없다지만..."왜 부실 공장에 위탁했나" 

KT&G의 연초박 처리 위탁은 ‘폐기물관리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KT&G가 연초박을 공급하기 시작한 2008년 당시 금강농산은 정상적 폐기물 처리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 운영실태도 불법이 판을 쳤다.

대책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금강농산은 폐기물로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인데 폐수처리시설이 없었다. 제조 공정상 분진이 심하게 날리지만 낡고 부실한 대기배출시설은 제 기능을 못 했다. 이 때문에 정체불명의 악취가 공장과 마을 전체를 뒤덮어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고, 공장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금강농산은 가동 10년째인 2010년에야 폐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이마저도 당시 공장과 100m 떨어진 장점저수지에서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이 발생, 익산시가 폐수 위탁처리를 명령하면서 이뤄진 조치다. 제 기능을 못했던 대기배출시설도 이때 보강 설치됐다.

당시 공장 내에는 연초박을 보관할 시설조차 없었다. 금강농산에서 일했던 이모씨는 "연초박을 바깥에 쌓아둔 채 보관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연초박이 마을로 쓸려내려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익산시도 2016년 연초박 미시설 보관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금강농산을 적발해 행정처분한 바 있다.

KT&G는 왜 이런 부실한 공장에 폐기물을 넘겼을까. KT&G측은 “폐기물 처리방법 중 재활용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2013년 이전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식물성 성분인 연초박은 부산물비료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초박 재활용 업체들을 파악한 결과 금강농산은 폐기물종합재활용업 허가 및 비료 생산업 등록을 완료했다”면서 “물량을 수용·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등 적합업체라고 판단했다. 현장 실사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폐수처리시설도 없고 대기배출시설도 부실한 공장 현장을 실사하고도 그냥 넘어갔다면 더 큰 문제"라고 부실 실사를 의심했다.

제도적 허점 지적도 나온다. 홍정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변호사는 “연초박은 일반폐기물로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수탁업체의 위탁업체에 대한 처리능력 확인 절차가 엄격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17조 등의 사업장폐기물배출자 범위에서 연초박을 배출하는 KT&G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여기에 KT&G를 포함해 재발 방지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이는 시행규칙이므로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된다”고 했다.

KT&G가 금강농산이 2017년 문을 닫은 후 연초박을 어느 공장에서 처리하는지도 남은 관심사다.  

이와 관련, KT&G측은 "현재 전국 총 4개 비료공장에 연초박 처리를 맡기고 있다"면서도 "계약관계상 업체의 동의 없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위치 등은 밝히지 않았다. 

◇ “위험 외주화?…이런 일 또 없으리란 보장 있나”

마을 주민들은 환경부의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조사결과 연초박이 마을에 끼친 악영향이 드러나면 KT&G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의 권태홍 정의당전북도당위원장은 “역학조사 결과 집단 암 발병 사태와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KT&G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 끔찍한 피해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도 환경피해 문제는 예측하지 못한 데서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규정을 준수했다고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장점마을 주민인 최재철 장점마을대책위원장은 “아무리 외부 위탁이라지만 KT&G가 수년 동안 자신들의 폐기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며 “KT&G가 발암물질, 즉 위험을 외주화한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KT&G 측은 “현재 관계기관의 정밀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암 발생 원인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KT&G의 연초박. 금강농산 인근에 아직도 쌓여있다.(주현웅 기자)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KT&G가 반입한 것으로 보이는 연초박. 금강농산 인근에 아직도 쌓여있다.(주현웅 기자)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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