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코리코 숲 곤충 98% 감소··· '지구온난화' 여파

2019.1.16/그린포스트코리아
먹이사슬의 토대를 이루는 곤충의 개체 수 감소는 상향식 파급효과를 일으켜 지구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2019.1.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제6의 '대멸종'이 진행중이라는 경고가 있다. 문제는 포유류뿐 아니라 생태계 먹이사슬의 토대를 이루는 곤충의 개체 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먹이사슬 내 상향식 파급효과를 일으켜 지구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곤충 개체 수를 장기간 측정한 미국 생물학자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생태 먹이사슬의 기반을 차지하는 곤충의 개체 수 감소는 ‘생태 아마겟돈’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70년대부터 곤충을 연구해온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국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자는 푸에르토리코의 천연림 ‘루킬로’에서 곤충의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35년만에 지상에서 98%의 곤충이 사라졌고, 나뭇잎에 기생하는 곤충은 80%가 사라졌다. 줄어든 절지동물에는 나방, 메뚜기, 거미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종이 포함돼 있다.

포충망을 이용해 채집한 곤충과 거미의 중량은 1977년과 2013년 사이 1/4~1/8 줄었다. 끈끈이를 숲 바닥과 중간에 설치해 포획한 곤충의 양도 1/30~1/60 정도 감소했다.

곤충 등 절지동물의 개체 수 감소는 생태계 먹이사슬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들이 먹이사슬의 토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루킬로 숲의 척추동물은 곤충 수가 줄어들면서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무 열매나 씨앗을 먹는 새는 이전과 같은 개체 수를 보였지만 벌레를 먹고 사는 새의 개체 수는 90%가 줄었으며, 도마뱀은 30% 이상 감소했다. 개구리 수도 약 65% 급감했다. 특히 곤충만 먹고 사는 새인 ‘대즐링그린버드’의 개체 수는 90%나 줄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루킬로에서 왜 이처럼 곤충 수가 단기간에 급격히 줄었을까.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30년 동안 숲의 온도는 평균 2도 상승했다. 열대림은 온도변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미세한 기온 상승만으로도 생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들은 “우리의 연구는 기후 온난화가 숲 먹이사슬의 붕괴를 일으킨 원인임을 보여준다”며 “기후 온난화가 절지동물의 감소를 초래했고, 곤충을 먹는 동물의 감소까지 가져오는 고전적인 상향식 파급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곤충의 멸종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스터는 호주 유칼립투스 숲에서 서식하는 새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곤충 수가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터와 그의 동료 안드레아 가르시아에 따르면 멕시코 건조림에서도 약 35년만에 곤충 80%가 감소했다.

유럽 온대림의 보호구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2016년 보고된 바 있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연구자들에 따르면 1989∼2016년 독일의 보호구역 63곳의 곤충 수는 27년 동안 75%나 줄었다.

곤충은 꽃가루받이,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먹이원, 죽은 동물의 청소 등 다양한 생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곤충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지구의 생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스터는 “35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다양하고 풍부한 곤충이 새의 먹잇감이 됐었는데 지금은 오직 손에 꼽을 만한 수의 곤충만 이곳을 지키고 있다”며 “이는 열대우림의 곤충 개체 수 붕괴가 확실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