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세먼지 나 몰라라’ 책임 회피가 한국인 분노 부추겨
동종인 교수 “고농도 미세먼지, 60~80%는 中 등 외부 요인”

15일 오후 2시 현재 에어코리아의 대기현황판. 중국과 가까운 서해와 인접한 지역의 미세먼지 상황이 안 좋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5일 오후 2시 현재 에어코리아의 대기현황판. 중국과 가까운 서해와 인접한 지역의 미세먼지 상황이 안 좋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극심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자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정부가 중국에 보다 강력하게 책임을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환경부는 13일부터 15일까지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건 비상저감조치 제도를 도입한 201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권 비상저감조치는 당일(16시간)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다음 날(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가 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될 때 발령된다.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서울에선 2005년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중량 2.5톤 이상 경유 차량 32만대의 운행이 제한된다. 위반 땐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또 서울시 소속 행정‧공공기관 차량 및 소속 임직원 차량 운행도 전면 금지된다. 행정‧공공기관 주차장 434개소도 폐쇄된다.

15일 낮부턴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은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현재 에어코리아의 대기현황판은 온통 빨간색(‘매우나쁨’을 표시하는 색)이다. 특히 중국과 가까운 서해와 인접한 지역의 미세먼지 상황이 안 좋다는 걸 한눈에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분노가 극에 달한 네티즌들이 중국에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디가 ‘qjatnd****’인 네티즌은 “국민이 나서서 대규모 집회를 하고 이것이 유튜브 등에 의해 전 세계에 전파를 타야 한다. 중국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강력대응을 해야 중국정부가 움직일 것 같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중국을 향해 전 세계에서 항의하고 중국인 및 주변국들도 같이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티즌 ‘joyn****’는 “위성사진을 봐도 미세먼지 원인은 중국이 명백하다. 최악 민폐국 중국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네티즌 ‘gran****’은 “중국 때문에 한국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네티즌이 중국을 겨냥해 원망 글을 쏟고 있다.

이처럼 네티즌들이 중국 탓을 하는 까닭은 최근 중국이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국 탓”이라면서 미세먼지 책임을 한국에 모두 전가한 게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류유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한국 탓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먼지를 쏟아내는 당사국이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자신의 책임을 부인한 까닭에 한국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중국이 한국 미세먼지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학자들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이 2000년부터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연구의 한결같은 결과가 한반도 상공 미세먼지의 절반가량이 외부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것이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5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평상시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 같은 외부요인이 30~50%가량이고,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은 60~80%가 중국을 비롯한 외부라고 말했다. 그는 다목적 기상 항공기 측정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처럼 과학적인 사실이 명확함에도 중국이 책임을 부인하는 데 대해 정부가 보다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글의 상당수는 중국에 정식적으로 항의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네티즌 ‘neig****’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부분인 게 사실이다. 미세먼지 이동경로 데이터를 확보해 중국정부와 공식적으로 협의에 나서달라. 중국의 말대로 100% 중국발은 아닐지라도 대부분 중국에서 넘어오는 건 확실하다. 저들이 찍소리 못하게 데이터를 갖고 외교채널로 항의해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안전안심365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현 정부 들어서 미세먼지가 도리어 악화되고, 국민의 공포는 더 커졌다"면서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종인 교수는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은) 정부 노력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정부대로 (중국에 책임을) 촉구하고 전문가 그룹은 전문가 그룹대로 연구결과를 갖고 치열하게 논쟁을 해야 한다. 또 시민단체나 시민그룹, 언론도 여론 환기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입체적으로 논의과정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과 인접국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각 국가가 약간은 공통된 목표를 세워 지역 전체의 대기질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각 나라가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적인 개선만 생각하다 보니까 이웃나라 대기질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15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촬영한 서울 하늘. 미세먼지 때문에 온통 뿌옇다. (사진=채석원 기자)
15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촬영한 서울 하늘. 미세먼지 때문에 온통 뿌옇다. (사진=채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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