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환경학교 성과발표회' 열려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아이들은 마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 같았어요. 곤충을 자세히 보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풀잎의 아랫면을 보기 위해 무릎을 꿇거나 납작 엎드리기도 했거든요.”

전국 중·고교의 환경교사 16명이 14일 오후 국회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거둔 교육의 성과와 아쉬움을 공유한 한편 앞으로는 더 나은 환경수업을 위한 다짐의 시간을 가졌다. 환경교사들은 그러면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환경부와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실 등이 주관한 ‘꿈꾸는 환경학교 결과발표회’에는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신 의원 및 환경교사 16명, 교수로 구성된 평가위원 4명과 환경보전협회 관계자 7명 등 총 40여명이 참석했다.

꿈꾸는 환경학교 성과발표회에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했다.(주현웅 기자)2019.1.14/그린포스트코리아
꿈꾸는 환경학교 성과발표회에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했다.(주현웅 기자)2019.1.14/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교육으로 달라진 아이들…“새로운 세계 만난 듯”

박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환경교육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할 사항”이라며 “환경부도 일선 학교현장에서 환경교육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심 중이다”라고 전했다.

신 의원은 격려사에 나서 “2016년 국감 당시 환경교육의 안타까운 실태를 듣고 이듬해에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통과되긴 했으나 우리 아이들이 실제로 환경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차관과 신 의원 말처럼 환경교육의 필요성은 교사들 입에서도 줄줄이 나왔다. 교사들은 저마다의 다채로운 교수법, 그로 인한 효과를 말하면서 환경교육이 아이들은 물론 이 사회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원 푸른꿈고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한 ‘네이처링(자연관찰)’이 가장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학교 바깥으로 나가 마을의 주변과 땅, 하늘을 가까이 보고 느낌으로써 제자들이 자연의 곁을 살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 교사는 “앞만 보고 달리던 학생들이 자신 옆의 꽃을 보았다. 꽃을 보던 아이들은 그 위의 꿀벌들을 보기 시작했다"면서 "꿀벌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학생들은 다시 그곳의 화분, 나아가 꽃밭을 눈에 담았고, 그렇게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어 가는 모습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이르면 올해 제자들과 지역 거점 환경교육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꿈꾸는 환경학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 교사는 “실제로 학생들과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지역 중 한 곳인 경기 부천시 소재 송내고의 안재정 교사도 이날 함께 했다. 안 교사는 어느 학교보다 학생들과 많은 ‘환경 프로젝트’를 벌여 올 한해 눈길을 끌었다.

안 교사와 학생들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제작해 교내 5곳에 설치했다. 또 3D 모델링과 프린터를 활용해 태양광 자동차를 직접 제작 및 설계했고, 더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독특한 야외 교실도 조성했다.

안 교사는 “학교 곳곳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기 덕분에 청소와 같은 기본적인 미세먼지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환경의 지속가능한 교육(ESD :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ement)을 더하는 데에 특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충남 천안의 한마음고교는 교사 전원이 참여하는 숲 해설가 연수과정을 운영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금강과 미호천의 생태환경, 에너지 문제를 알 수 있는 환경특강에도 모든 교사가 참여했다.

물론 학생들도 열심이었다. 한마음고 학생들은 나흘간 금강 등에 생태체험 기행을 떠났다. 그 후 학교로 돌아와서는 친환경 물컵 제작에 이어 에너지 절약 및 재활용 생활용품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한선옥 한마음고 환경교사는 “통합적이고 일상적인 체험중심의 환경수업을 진행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였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돼 어느 때보다 특별한 한 해였다”고 전했다.

환경교사들은 교육제도가 바뀔 때마다 환경과목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토로했다.(주현웅 기자)2019.1.14/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교사들은 교육제도가 바뀔 때마다 환경과목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토로했다.(주현웅 기자)2019.1.14/그린포스트코리아

◇ 갈길 먼 환경교육 활성화 “뒷전에 더 뒷전”

이날 행사는 개별 학교의 수업 운영방식 및 성과 발표 후 평가위원들이 교사들과 관련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평가위원은 이재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정철 대구대 사범대학장, 이선경 청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정대수 경남교육청 장학사 등 4명이었다.

평가위원들은 대개 체험활동으로 진행된 환경교육이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과 얼마나 융합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환경교육만큼은 진도를 맞추기보다 학생들의 환경 감수성을 기르는 데에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내고의 발표를 본 정 장학사는 “우수한 환경프로젝트를 많이 시행한 점은 환경교육을 수업 자체로만 머무르지 않게 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며 “교육을 받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들 주변에 시너지를 전해줌으로써 큰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정 장학사는 이어 “그런 점에서 꿈꾸는 환경학교 가운데서도 모범으로 꼽을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자칫 학생들이 환경 수업을 통해 얻는 성찰의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모든 학교의 교사와 수업은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평가위원들은 “학생들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그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자 하는 환경교사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경교사들의 표정이 내내 밝지만은 않았다. 환경교육을 활성화와 발전을 도모하기에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가 않기 때문이다. 미흡한 운영체계도 문제지만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고용불안 등은 되레 환경교육 활성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이기도 한 신경준 숭문중 교사가 이에 대해 일갈했다. 그는 “환경교육 관련 전달사항 등이 환경부와 교육청 등 여러 곳에서 온다”며 “그로 인해 특정 관계기관이 사정을 제대로 몰라 착오가 발생하곤 해 소통창구를 환경부 등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사는 이어 “꿈꾸는 환경학교 사업에 도움을 주는 컨설팅연구원이 여러 학교를 도맡고 있다”며 “컨설팅연구원의 업무 폭주로 인한 문제가 각 학교에도 벌어지는 일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교육이 도외시 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데 입이 모아졌다. 지금까지도 과잉 입시경쟁으로 인해 뒷전으로 밀린 환경교육은 올해부터 시행될 자유학년제로 인해 더 외면받을 처지에 놓였다. 3년 뒤에는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 교사는 “2009년 개정된 중학교 교육과정은 3년 중 한 학기 동안 오후 수업을 자유롭게 운영토록 해 비주요 과목인 환경 과목 채택률이 더욱 낮아졌다”며 “올해부터는 이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나는 탓에 환경과목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년 뒤에는 체육교육법이 바뀌어 체육시간이 1시간 늘어난다”면서 “자연히 다른 과목은 그만큼 시수를 줄일 텐데 지금 이대로라면 환경과목 채택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년 기록만 보더라도 전국 중·고교의 환경 과목 채택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2007년 20.6%(1077개교)를 보인 채택률은 2010년 16.7%(889개교)로 떨어졌다. 이어 2016년 8.9%(496개교)까지 급감했다.

환경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진명호 환경부 환경교육팀장은 “과목 채택률 급감과 함께 2009년 이후 환경 전공교사들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커다란 문제”라며 “환경부도 환경교육 지원계획 수립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진 팀장은 “당장에는 환경부와 환경보전협회 및 각각의 꿈꾸는 환경학교가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기반조성과 성장, 확산과 정착 순의 로드맵을 갖춰 앞으로 환경교육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도 밝혔다.

환경부와 신보라 의원, 환경교사들은 더 발전적인 환경교육을 이루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주현웅 기자)2019.1.14/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와 신보라 의원, 환경교사들은 더 발전적인 환경교육을 이루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주현웅 기자)2019.1.1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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