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어,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관리 사각지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시급

14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회 자리에서 이형주 대표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회 자리에서 이형주 대표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야생동물을 교육시설, 상업시설, 일반 주거시설 등으로 이동시켜 전시하는 '이동동물원'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동물들의 복지가 심하게 훼손되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어웨어의 이번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는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2017년),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2018년)에 이어 세 번째 발간한 유사동물원 조사 보고서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어웨어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이동동물원 11개 업소를 직접 방문조사한 내용을 담았다.

어웨어에 따르면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동동물원, 이
동전시, 찾아가는 동물원, 동물수업 등 검색어 검색 결과, 국내 이동동물원은 총 34개소로 조사됐다. 이중 동물원으로 등록된 업체는 11개소였다. 나머지 업체들은 자유업 등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동동물원을 운영 중이었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에서는 10종 50개체 이상의 동물을 전시목적으로 사육하는 시설은 시·도지사에 등록해야 한다.

또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 수 이상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일반인에게 개방하여야 한다. 시행령에서는 연간 30일 이상, 하루 개방시간은 4시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동물원은 법이 정한 종 수와 개체수가 미달되거나, 개방된 시설 없이 이동전시만 할 경우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어웨어의 실태조사 결과, 이동동물원이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관람객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열악한 사육환경에 맹수류와 멸종위기종까지

우선 이동식 체험전시업체 중 사업자 등록지가 일반 주거시설로 돼 있어, 동물 사육시설의 확인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이는 동물의 사육환경과 관리 상태를 점검조차 할 수 없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또 일부 사육시설이 있는 업체도 출장식으로 동물을 전시하다보니 개방시간에 기준이 없는 형태로 운영됐다. 운영시간이 불규칙하다보니 장시간 동물에게 먹이급여, 급수 등 기본적 관리가 되지 않았다.

동물 이송시에도 이동장을 아래위로 쌓아 이동하고 일반 차량 트렁크에 실어 운송하는 등 동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조치는 미흡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량 이동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동물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동물 이동시 편의를 위해 동물에게 적정한 사육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이동장에서 사육하는 곳도 관찰됐다. 돼지, 페럿, 라쿤, 파이톤 등 다양한 동물이 반려동물용 이동장, 새장, 소동물장, 아크릴 상자 등 운반이 용이한 사육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이처럼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해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이 관찰됐다.

이밖에 사자 등 맹수류를 포함해 일본원숭이, 사막여우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전시용으로 사육하는 이동동물원도 확인됐다. 맹수류와 유인원은 넓고 복합적인 서식환경이 필요한 대표적인 종으로 전문 인력과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동물복지 저해뿐 아니라 안전사고나 탈출의 위험이 있다.

◇무분별 접촉으로 관람객 안전·질병감염도 우려

동물들을 옮겨와 진행하는 이동식 체험수업 역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동물들은 관람객과의 무분별한 접촉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특히 어린 관람객들이 동물의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물체로 찌르는 등 동물의 고통을 야기하는 방법으로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졌으나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이동식 체험전시 장소가 동물원 등 전문적인 전시시설이 아닌 일반 교실, 행사장 등이기 때문에 세면대 등 위생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소독제도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어린 관람객들이 동물을 만진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등 질병감염이 우려되는 행동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초등학교 동생물 이용 수업현황'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0월 12일까지 초등학교에서 동물을 사용한 수업은 465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선 동물원 이동·허가 규정 등 엄격 관리

해외의 경우 동물원 관련법에서 동물의 이동, 허가 규정, 관람객과의 접촉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 또는 이동동물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관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의 토론토시와 런던시에서는 이동동물원으로 인한 사람과 동물의 안전, 위생, 복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2017년 이동동물원을 규제하기 위해 동물복지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동동물원을 포함, 전시, 훈련의 목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모든 경우에 환경식품농무부(DEFRA)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이동동물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관할 당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모든 페팅주(체험동물원)는 보건정신위생국, ASPCA, 뉴욕시 경찰, 또는 다른 적절한 관할 지자체 관리자에 의해 언제든지 시찰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충족시키지 않는 페팅주는 폐쇄, 위법 통보, 동물의 압수를 당할 수 있다. 

뉴저지 주에서도 동물 전시에 이용되는 동물의 소유자, 사람들의 접촉이 있을 수 있는 이동 및 체험동물원의 운영자는 허가가 필요하다. 뉴저지 정부는 직접적인 시찰 후 요구사항에 적합한 시설에 한하여 페팅주 등에 대한 허가를 발급하고, 만약 해당 시설이 법 조항에 부합하지 않을 시 관할당국은 허가를 거절, 지연, 폐지할 수 있다.

토론토에서는 시 조례로 개인 사육이 금지된 동물 종을 지정하고 있다. 포유류 중 일부 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생동물과 돼지, 염소, 소 등 일부 농장동물, 조류, 양서파충류 중 악어, 성체가 몸길이 3미터가 넘는 모든 뱀, 성체가 몸길이 2미터가 넘는 모든 도마뱀, 모든 독성이 있는 동물 등이다. 

2018년 1월 이후부터는 이동동물원 업체에서 학교 방문, 생일 파티 등과 같은 공공 또는 개인 이벤트에 사용하기 위해 사육금지 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런던 시에서도 이동동물원에서 파충류로부터의 살모넬라 감염과 동물복지 상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시 조례 개정을 통해 이동동물원을 제재하기 위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이동동물원 및 살아있는 희귀 동물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업체에 대해서 허가제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어웨어는 국내 이동동물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다 강화된 관리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멸종위기종 및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동물원·수족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고정된 시설 없는 이동동물원 규제 △동물원에서 동물 반출 규제 △관람객과의 직접적 접촉 기준 마련 △야생동물 개인소유 제한 △동물원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등을 제안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2017년 5월부터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서식환경, 시설, 관리, 이송 시 기준이 미비하고 소규모 전시시설 및 이동식 전시만 하는 시설은 적용을 받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며 "이는 결국 전시동물의 복지 문제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에도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에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동물전시시설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ook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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