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지킴이' 김종술 기자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금강 세종보에서 만난 김종술 기자(박소희 기자)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공주보를 배경으로 김종술 기자가 보 개방 후 금강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박소희 기자)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충남 공주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수더분한 차림으로 마중을 나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인사를 건넸다. 그는 11년째 4대강을 취재하는 금강탐사기자다. “반갑습니다. 기자님”이라고 부르자 그가 손사레를 쳤다. 

“전 기자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옳다고 믿는 일에 저의 목소리를 내는 일개 시민이다.”

그를 따라 금강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곰나루가 보였다. 곰과 관련한 설화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아는 선배가 이곳(공주)에 내려와서 바른 언론 한 번 만들자고 제안했다. 답사 차 한 세 번 이곳에 왔는데, 곰나루에서 바라본 금강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래서 마음을 굳혔다.” 그는 당시 서울에서 무역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충남의 한 신문사 대표로 있을 때도 기사를 썼다. 단발성 기사는 잘 쓰지 않았다. 불산공장 싸움은 7년, 석산 개발 싸움은 짧게는 1년, 길게는 6년이다. 산업폐기물 취재는 8년간 계속했다. 소신껏 쓰다 보니 지자체나 토호세력 광고도 뚝 끊겼다. '외지 것'이 들어와 지역 사회 휘젓는단 욕도 많이 들었다. 경영이 어려워졌고, 신문사는 망했다. 함께 일했던 후배 기자들에겐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다. 

김종술 기자가 죽어가는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다. 세종보 강기슭에는 아직 다 씻겨내려가지 못한 남조류 사체가 떠 있었다. (박소희 기자)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공주보 강기슭에는 아직 다 씻겨내려가지 못한 남조류 사체가 떠 있었다.(박소희 기자)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차에서 내리자 개방된 공주보 뒤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인근 수위가 개방 전보다 약 2m가량 낮아졌다. 녹조가 사라진 금강은 하늘색을 그대로 반사했다. 김씨가 뭔가를 발견하고 강가로 뛰어갔다. 강기슭에 남아 있는 남조류 사체 사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떠 있었다. 집어 올리자 힘없이 아가미를 움직였다. 물고기는 죽어가고 있었다. 

4대강(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공사가 시작되자 반대하던 환경단체도 “다 끝났다”며 금강을 떠났다. 우리가 도착한 공주보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하나로 SK건설에 의해 2009년 착공해 총 공사비 2081억원 투입됐다. 보의 길이 280m, 높이 7m, 폭 11.5m이고 유역면적은 7701㎢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시작이었다. 그날부터 매일 현장에 나갔다. 녹조물 한가운데 몸을 담그기도 하고, 금강이 2급수라는 환경부 수질분석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일명 '녹조라떼'를 직접 마시기도 했다. 그가 물었다. "당시, 언론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계속 제기했더라면 이명박 정부가 시작할 수 있었을까." 기자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서 금강의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쌓인 기사가 현재까지 약 1400건 정도다. 아무리 부인해도 그는 기자다. 

지난해 여름 기자가 들어간 강물은 온통 녹조로 가득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교 아래.(조남수 작가)/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여름 기자가 들어간 강물은 온통 녹조로 가득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교 아래.(조수남 작가, 김종술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김종술 기자는 지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길 때 까지 싸워서다. 4대강 복원 싸움은 해가 바뀌며 11년째다.  

“처음 물고기들 죽음을 봤을 때 정신병을 앓았다. 지금은 한두 마리 죽어있지. 당시는 눈앞에서 물고기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떼로 죽어갔다. 얼마나 괴로우면 저리 몸부림을 칠까. 썩은 물고기 위로 구더기가 생겼다. 오늘 치우고 가면 다음 날 더 많은 물고기가 죽어있었다. 그런 생지옥은 처음이었다. 얼마간은 불을 켜지 않으면 잠을 못 잤다. 일주일을 불면증에 시달린 날도 있다. 내장을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김종술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만 조용하면 돼”다. 금강을 취재하는 동안 얻어맞기도 했다. 누군가는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돈 300만원에 당신 묻는 건 일도 아니”라는 협박도 들었다. 실제로 사무실이 부서지고, 집과 차의 유리가 깨져있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였다. 그날부터 좋아하는 술도 끊었다. 정신 줄 한 번 놓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길로 갈까봐서다. 두렵지만 그가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한가지다. 환경오염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가 본다. 

“돈 있는 사람들은 샤워도 정수된 물로 한다더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있는 사람들은 실내에서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지낸다. 피해가 가장 큰 사람은 거리 노동자다. 녹조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독일에는 녹조 물로 농사 지은 쌀에서 독극물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는 검출 사례가 없다. 왜? 조사를 한 번도 안 했으니까. 백제보 인근 농장도 녹조로 뒤덮인 금강을 끌어다 농사를 지었다. 대안이 없으니까. 그 쌀 누가 먹냐. 서민이 먹는다. 있는 사람들은 유기농 쌀이니, 친환경 쌀이니 직거래해서 먹을 수라도 있지.”

사람이 녹조 물을 직접 먹지 않더라도, 녹조 물로 농사를 지으면 쌀에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 

금강에서 보는 연미산. (박소희 기자)
공주보 개방으로 잔잔히 흐르고 있는 금강. (박소희 기자)2018.12.26/그린포스트코리아

수질을 개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떨어지자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4대강 보를 열기 시작했다. 금강의 3개 보 가운데 현재 공주보와 세종보는 전면 개방했다. 수문 개방으로 군데군데 생겨난 모래톱에는 왜가리, 백로, 오리, 가마우지가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9년 만에 금강의 숨길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설레서 잠을 못 잤단다.

“강이 흐르기 시작하자 모래톱이 거의 되살아났다. 금강 하중도를 찾았을 땐 곳곳에서 물떼새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접근 불가능한 모래톱에 어미 물떼새가 알을 낳기도 했다. 당시 갓 부화한 어린 것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희망이 깨어난 것 같았다.”

보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의 수질과 생태계는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지만 한강과 낙동강은 아직 보문을 완전히 열지 못했다. 금강, 영산강과 달리 한강, 낙동강에는 대형 취수·양수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금강 하류에 설치된 백제보 역시 전면개방 15일 만에 다시 닫았다.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민들이 관개용수 문제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지하수위가 높아지니까 수막 재배를 하기 시작했다. 비닐하우스 난방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밤새 물을 뿌려 온도를 유지하는 거다. 백제보를 열자 물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닫았다. 닫으니까 그 아래로 벼농사를 짓는 몇 천 농가가 녹조물로 농사를 짓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반대한 농민들 잘못은 아니다. 국책사업으로 물이 많아지니까 그 농법을 선택한 거다. 먹고 살 대안만 마련해주면 농민들도 보개방을 수용한다는 태도다.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관개용수를 위해 설치한 백제보 상류 청양양수장.(김종술 기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백제보 상류 청양양수장. 이곳 물로 인근 주민들은 벼농사를 짓는다. (김종술 기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4대강 개고생 취재기는 지난해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한겨레 출판)' 제목으로 엮어 책으로 냈다. 책 팔아서 고장난 차도 야심차게 수리하고, 월세도 몇달 치 미리 내려고 했다. 하지만 책은 안 팔렸다. 십수년째 그는 기사를 쓰기 위해 공사장에 나가 돈을 벌고 있다. 

그래도 좋다. 김씨는 이제 하나의 권력이 됐다. 옛날에는 관계부처에 ‘나와서 봐라’ 사정해도 시큰둥했는데 이제 ‘여기 문제 있으니까 나와서 봐라’ 그럼 대부분 현장에 나온다. 개선 될 때까지 괴롭히는 ‘꼴통’임을 이제 다 알아서다. 바로 개선이 되면 굳이 기사를 쓰지 않는다. 기사 제목에 단독도 잘 안 붙인다. 그가 주로 붙이는 문패는 현장이다. 길 위에서 쓰다 보니 노트북 배터리 방전 타이밍이 기사 마감 시간이다. 현장감 넘치게 오·탈자도 많단다. 

고향 전남에도 강이 있었다. 유년의 그에게 강은 놀이터였다. 머리가 컸을 땐 틈나면 찾아가 시름을 내려놓던 곳이기도 했다. 지금은 지켜야 할 생명이다. 그가 바라는 건 단순하다. 흐르는 강에 생명들이 들러서 놀다 가는 것.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고기든, 바람이든.

“이번 정부가 제발 환경문제 해결을 자본의 논리로 끌고 가지 않길 바란다. 물이 썩기를 기다렸다 다시 수억원의 세금을 부어 정화하는 '개발식 환경 개선'에 반대한다. 그 돈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복지에 쓰자. 4대강 수질개선 방법은 굉장히 단순하다. 하루 빨리 보를 철거하는 것이다. 더도 말고 철거로 끝.”

강은 흘러야 한다. 16개의 댐으로 저수지가 됐던 4대강이 완전히 흐르는 날 그는 좋아하는 술을 다시 마실 거란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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