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잎·물관 축소··· 외부로 분출하는 물의 양 감소
지역 물 균형 붕괴와 기후변화 가속화 가능성 높여

2019.1.11/그린포스트코리아
열대우림 나무는 가뭄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할까?2019.1.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열대우림 나무는 가뭄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할까.

미국 사이언스 데일리 등 외신은 호주 제임스쿡대학, 영국의 임페리얼대학과 에딘버러대학의 과학자들이 열대우림 나무의 ‘가뭄 적응법’을 밝혀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가뭄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이 대부분 온실에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호주 퀸즐랜드 연안에 위치한 생태공원 ‘데인트리’에서 이뤄졌다.

2015년부터 이 지역 가뭄 연구를 이어온 수잔 로렌스 제임스쿡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로 성목(成木)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의 복잡한 상호작용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열대우림을 반으로 나눠 한쪽엔 플라스틱 막을 설치해 스며드는 강우량을 줄이고, 인위적으로 가뭄환경을 만들었다. 나머지 한쪽엔 정상적으로 빗물이 유입되도록 해 두 그룹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뭄 시 나무들은 공급받는 물의 양에 비례해 사용량도 줄어드는 만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물의 양을 조절했다.

공동연구자인 데보라 압가오아 박사는 “연구목적은 나무를 죽이려는게 아니라 나무들이 장기간 가뭄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라며 "몇몇 종에선 물을 저장하는 ‘물관’이 작아지거나, 일종의 물탱크로 간주되는 조직이 움츠러들었다. 물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무에선 얇은 잎이 났고, 심지어 어떤 종은 관개조직을 막아버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데이빗 탕 박사는 “모든 나무가 분수와 같다”면서 ”열대우림에 있는 나무들은 물을 토양으로부터 위로 끌어올려 대기로 분출시키는 등 기후 유지와 지구 물 균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목 한 그루가 분출하는 물의 양은 1년에 약 10만ℓ에 달한다. 

로렌스 박사는 “이 세상에 있는 열대우림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이전보다 더 자주, 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며 "이 나무들의 적응력이 어느 수준까지 달하는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변화들은 데인트리 나무들의 물 전달 능력이 확실히 퇴화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결국 대기 중으로 물을 많이 분출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가뭄이 계속해서 오래 발생하면 나무들의 감퇴한 물 전달 능력은 지역 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물 순환에도 장해요인으로 작용해 궁극적으로 산림식생에 끔찍한 변화를 가져오거나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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