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확보·석탄채취 등 산림벌채로 숲 1%만 남아
"2035년 아이티 생태종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픽사베이제공)2019.1.7/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픽사베이제공)2019.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아이티공화국의 산림이 단 1%만 남은 것으로 확인돼 '지구 생태계 파괴의 축소판'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라디오 방송 WHYY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템플대학 연구진이 나사 위성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아이티의 원시림이 오직 1%만 남아 있어 아이티 생태종의 절반 이상이 2035년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이번 연구 내용에 따르면 아이티는 1988년까지만 해도 영토의 5%가 울창한 숲으로 덮여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채 안 된 2016년 1%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아이티에서 규모로 상위 50개 산 가운데 42개가 민둥산으로 변했다. 이는 커피와 담배, 설탕 등을 재배하기 위한 토양을 확보하고, 석탄을 채취하고자 무분별한 산림벌채를 진행한 탓이다.

이에 따라 서식지를 잃은 아이티의 동식물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연구를 이끈 블레어 헤지 교수는 “현재까지 연구로는 그 누구도 아이티 삼림파괴가 이 정도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특이종이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아이티는 대멸종의 중심에 서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이티는 전 세계 흐름의 선두에 서 있으며, 이른바 ‘지구 생태계 파괴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멸종은 지구의 자연스런 변화이긴 하나 현재 세계 동식물 멸종 속도는 정상 속도보다 최대 1000배 이상이다. 가히 대절멸 시기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멸종 속도가 빨라진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산림파괴로 인한 서식지 파괴뿐 아니라 기후변화, 침입종, 인류 행위의 영향 등이 더해져 멸종 속도를 가속화 하고 있다.

숲을 잃는다는 건 단순히 나무 몇 그루만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듀크 대학에서 생태 보존을 연구하는 스튜어트 핌 교수에 따르면 숲은 토양 침식을 막거나 물과 공기를 정화하는 등 우수한 생태 보존 능력을 갖고 있다.

헤지 교수는 “산림파괴는 우리가 가진 전부를 잃는다는 걸 의미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아이티의 환경과 생태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아이티 생태다양성 보호에 앞장서는 다른 과학자들, 기업인들은 아이티의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헤지 교수는 아이티 항공사인 선라이즈 항공의 임원 필립 바야르와 ‘아이티 국립 트러스트’기관을 공동 설립해 아이티의 생태 핫스팟을 규명하고, 생태공원을 만드는 등 아이티 산림보호를 위한 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산 중 하나를 매입해 389만㎡ 크기의 아이티 남서쪽 지역을 보호하는 ‘빅포레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헤지 교수는 “우리는 이를 통해 아이티에 남아있는 적어도 하나의 생태 다양성 씨앗을 보존할 예정”이라며 “이 조각이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티 국립 트러스트는 아이티 남서쪽 지역을 보호하는 ‘빅포레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2019.1.7/그린포스트코리아
아이티 국립 트러스트는 아이티 남서쪽 지역을 보호하는 ‘빅포레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2019.1.7/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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