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자연에서 알게 된 사실은 ‘씨앗’과 같고, 자연에서 느끼는 감성은 기름진 '토양'과 같다.”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말이다. 하지만 현대 생활상은 생태로부터 배우는 지식이나 감성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취업·결혼 등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주변의 자연 환경을 무채색으로 만들기 쉽다. 형형색색 자연을 눈 앞에 두고도 자진해서 ‘색맹’이 되기도 한다. ‘생태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다음 신간 세 권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연의 씨앗이 기름진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자연에 관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는 자연의 생물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은 우주에 숨겨진 생명의 비밀을,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는 생태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놀이 30여개를 소개한다.

◇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황경택 저/샘터/2018.12.26/208쪽/인문일반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황경택 저·샘터·2018.12.26·208쪽·인문일반

이 책의 한 단락 :  모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중 하나는 사람들이 모과를 보면 4번 놀란다는 말입니다. 어째서 4번 놀랄까요? 첫 번째는 꽃이 예쁘게 피어 열매를 기대했더니 열매는 정말 못생겨서 놀란답니다. 두 번째는 열매가 못생겼는데 향이 너무 좋아서 놀란답니다. 세 번째는 향이 너무 좋아서 맛있을 줄 알고 먹었더니 맛이 없어서 놀란답니다. 네 번째는 그냥 먹으면 맛이 없는데 차로 만들어 먹으니 향이 좋고 맛나서 놀란답니다. 선입견이 많지요. 꽃을 보고 열매도 예쁠 거라고 미리 짐작하니 못생김에 놀라고, 못생겨서 향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향이 좋으니 놀라고. 이게 모두 선입견입니다.  

'우리는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는 ‘식물’과 ‘자연’을 키워드로 인생을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힌트를 준다. 생존을 위한 살벌한 경쟁을 피하고,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한 스트레스도 벗어던지는 생물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장점을 질투하지 않고 자신만의 장점을 갈고 닦으며 당당히 세상이라는 큰 숲을 걸어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생태전문 만화가이자 숲해설가인 저자 황경택은 자연을 공부하는 것보다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피어나는 꽃과 열매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질경이로부턴 인내하며 꾸준히 자기 길을 가는 힘을 배울 수 있고, 멋진 악기가 되는 오동나무의 삶을 통해선 무른 나무도 단단한 나무 못지않게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닫는다. 모과 열매와 다람쥐 이야기에서는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으며, 칡과 잣나무의 삶에선 약자와 소수의 입장을 생각하는 여유와 배려하는 마음을 비춰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 자연을 아는 첫걸음이며, 나아가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다. 식물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동물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과 세상을 보는 남다른 감수성, 생명체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통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황경택 저·샘터·2018.12.26·208쪽·인문일반)

◇ 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

'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조이스시드먼·베스크롬스/마술연필 역/보물창고/2018.11.30/32쪽/창작동화
'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조이스시드먼·베스크롬스·마술연필 역·보물창고·2018.11.30·32쪽·창작동화

이 책의 한 단락 :  파도가 이는 것은 바람때문입니다. 온 바다를 여행하는 파도는 바닷가에 닿을 때면 더 높아지고 얇아지면서 안쪽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지요. 또 두 해류가 만나 부딪히는 곳에선 물결이 굽이치는 진짜 소용돌이가 생깁니다. 개울에서도 바퀴 둘레에 작은 소용돌이가 생기는 걸 볼 수 있지요.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뻗어나간다. 그동안 우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단순히 '회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태양계는 시간당 7만 킬로미터로 우주 공간을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둥글게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볼텍스(Vortex), 이른바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 생명은 단순히 회전이 아니라 소용돌이이기 때문이다. 한 점을 중심으로 둘러서 나는 꽃잎들, 추운 겨울이 오면 몸을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아 체온을 유지하며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마멋·뱀 등, 달팽이의 껍데기에서 찾을 수 있는 우주의 거대한 은하 모양까지. '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은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자연의 수학적 규칙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보여준다.('빙빙빙 지구 소용돌이의 비밀'·조이스시드먼·베스크롬스·마술연필 역·보물창고·2018.11.30·32쪽·창작동화)

◇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옥흠,박항재,박병삼 저/소노수정 그림/뜨인돌/2018.07.14/교육학일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옥흠,박항재,박병삼 저/소노수정 그림/뜨인돌/2018.07.14/교육학일반

이 책의 한 단락 : (거미 먹이 역할로서) 거미줄에 걸린 상태에서 거미가 자기에게 다가올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길 기회를 준다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거미 역할로서) 자기가 쳐 놓은 그물에 걸린 곤충을 바라보는 거미의 마음은 어땠나요? 미안한 마음? 아니면 고마운 마음? 곤충이 오랫동안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으면 거미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각 장마다 하나씩 상징동물을 갖는다. 이 동물들은 미국의 자연교육자 조셉 코넬이 사람들을 자연으로 안내할 때 적용하는 ‘플로 러닝(Flow Learning)’의  4단계를 상징한다.

'플로 러닝'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놀이나 활동을 통한 배움을 뜻한다. 코넬에 따르면 수달(1단계)은 열의를 일깨우는 단계, 까마귀(2단계)는 주의를 집중하는 단계, 곰(3단계)은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단계, 돌고래(4단계)는 감동을 나누는 단계다.

각 장에 맞춰 저자들은 30여개의 놀이를 난이도, 신체활동 정도, 목표 등에 따라 구분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각각의 놀이들에도 네 개의 단계를 두어 시작에서 끝까지의 모든 시간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몸과 마음 열어요’에서는 간단한 몸짓을 통해 놀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주고, ‘함께 알아봐요’에서는 놀이에 등장하는 동식물의 생태적 특징들을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온몸으로 놀아요’는 말 그대로 온몸으로 즐기는 놀이 과정이고, ‘감동을 나눠요’는 놀이를 통해 얻은 느낌과 영감 등을 서로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이다. 단순히 놀이 방법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놀이 자체를 소중한 배움의 기회로 만들어내려는 글쓴이들의 마음이 책장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신간소개

모파상 환상 단편집 자연주의 작가로 친숙한 모파상은 환상문학 또한 수편 남겼다. 그의 환상문학은 귀신이나 악마, 뱀파이어가 아니라 주인 잃은 개, 머리카락, 거실 같은 일상적인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늘 주변에 있고, 그래서 익숙한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불안이 모파상 환상문학의 특징이다. 그가 남긴 환상 단편 가운데 대표작 8편을 수록했다.(지식을만드는지식·16000원)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우울한 기분의 약리적 처치를 통해서라도 행복해지려고 한다. 그러나 약리적으로 행복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긍정심리학이 효과적임을 이 책은 밝힌다. 행복이란 한편으로 뇌의 ‘느낌’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가치’다. 긍정심리학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확립을 목표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긍정심리학은 개인의 행복도 측정, 개인의 행복도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수립 및 회복탄력성의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이로써 인생이 ‘살 가치’가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커뮤니케이션북스·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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