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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력(死力)을 다하리라”…마른 사막에 나무 심는 권병현 ‘미래숲’ 대표

황사 발원지 중국 쿠부치 사막서 나무 심기 사업, 다음 차례는 ‘북한’

프로필 사진박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5.03 06:38:12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중남부 쿠부치사막에서 십여 년 넘게 식수사업을 벌인 권병현 미래숲 대표. <사진=김영보 기자>


 “사막화는 인재(人災)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책임을 떠넘기며 외면하죠. 저는 이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겠습니다. 그리고 알리겠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실무를 이끈 뒤 1998년부터 2년간 주중대사를 지낸 권병현(78)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 대표.

지난달 24~25일 한·중·일 청년 200여 명과 함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중남부의 쿠부치사막을 찾은 그는 황사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노라 결의부터 다졌다. 몽골어로 ‘활시위’를 뜻하는 이 사막은 우리나라에 연중 피해를 끼치는 황사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으로 중국에서 7번째,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사막이다.  

권 대표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실무교섭 대표단장으로 협상을 진두지휘했으며, 6년 뒤인 1998년에 첫 중국대사를 맡았던 중국통이다. 주중대사로 재임 시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토록 중국 쪽 외교작업을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중국전국청년연합(공청단)과 손을 잡고 쿠부치사막에 남북 28km에 달하는 거대한 숲을 조성하는 ‘한중우호녹색장성’ 사업을 추진 중인 그는 2003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어느덧 그는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마른 사막에 나무를 심어 황사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열정만큼은 '열혈청년'이다.

권 대표와 일문일답.


▲ 황사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중국 대사로 부임하던 1998년 봄, 북경은 대낮에도 거리를 활보할 수 없을 만큼 흙먼지로 가득했다. 그때 한국에 있던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은 내게 “서울에 황사 피해가 심각해 꼭 좀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황사 문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곧 내 나라와 내 가족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것을 느낀 뒤 다짐했다. ‘황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남은 인생을 쏟아부어야겠다’고 말이다. 


▲ 황사를 막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북경 시민들의 수원지인 밀운지역 물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1999년이었다. 그해부터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밀운지역을 찾아 나무를 심으며 ‘한중우호림’을 조성했다. 남의 나라 땅에 나무를 심으러 다닌다고 분주히 돌아다니니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에게 “환경을 지키는 일에 내 땅 네 땅이 어디 있느냐. 환경을 지키는 일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사막화가 계속 진행돼 황사가 갈수록 심해진다면 우리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2002년 사단법인 미래숲을 만들었고, 나무 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미래숲을 만든 뒤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가?

미래숲을 만들었던 2002년부터 한중 미래숲 대학생 봉사단을 100명씩 선발해 청년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어 황폐해진 사막을 재창조의 공간, 생명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청년 하나하나가 ‘민간 외교관’이 될 수 있는 인재 교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식수사업에 앞선 2001년 시작됐는데 이젠 중국 56개 소수민족 지도자 교류 사업으로 확대됐다. 지구를 살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하다 보니 국제기구가 주목하더라. 2010년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도 성공사례로 인정 ‘지속 가능한 토지관리 챔피언(Sustainable Land Management Champion)’과 ‘녹색 대사(Greening Ambassador)’로 임명되기도 했다.


▲ 한중우호녹색장성 건설 사업은 무엇인가?

한중 우호 녹색장성 사업은 황사의 주 발원지로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쿠부치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6년 10월 시작된 이 사업은 중국의 공청단과 다라터치(達拉特旗) 인민정부와 공동 체결한 협정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중 양국은 5년 동안 총 사업비 70억 원을 쿠부치사막에 투자해 북으로 길이 28㎞, 동서로 폭 0.5㎞의 방풍림을 건설하기로 했다. 인간이 사막화와 황사를 막아낼 수 있는 ‘최초의 모델’이 된 이 사업이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공청단의 힘이 컸다. 
 

▲ 중국 공청단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냈나? 

쿠부치사막은 1950년대만 해도 초원이었지만, 양떼 방목 등으로 인해 황무지로, 또 식량 증산 목적의 개간 등 인간의 파괴적인 활동으로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됐다. 사막화는 곧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쿠부치사막 근처의 협곡에서 모래 폭풍이 일어나면 평균 36시간, 최단 24시간 만에 한국까지 황사가 도달한다. 이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공청단에게 한중 양국의 협력으로 숲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내 가족과 내 고국이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나무 한 그루 심는다고 사막화와 황사를 막을 수 없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다. 식수 사업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가?

사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다.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와 황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은 지 벌써 10여 년이 흘렀다. 이제 이곳엔 푸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 살 곳이 아니다’며 쿠부치사막을 떠난 주민들도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쿠부치사막을 녹색 지대로 복원하는데 내 사력을 바치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 다른 쪽에도 식수사업을 벌이고 싶은 곳이 있는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곳은 북한이다. 2007년과 2008년 북한의 초청을 받아 평양 대성산에 공주산 밤나무와 소나무를 심었다. 북한은 세계에서 산림 황폐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앞으로 중국보다 북한의 사막화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매우 심각한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초조함까지 생긴다. 분단된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시각에도 북한의 토지 황폐화는 진행 중이고, 금수강산은 무너지고 있다. 



박준영 기자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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